실리카겔에게 주로 붙는 수식어는 ‘용감한’이다. 보통 용감하다는 말은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아무것도 몰라서 용감하다.’와 ‘아주 잘 알고 있어서 용감하다.’ 이 중에서 실리카겔은 후자인 듯하다. 이들의 음악은 뭘 몰라서 용감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선 장르적으로 무척 다채롭다. 슈게이징, 드림팝, 신스팝, 일렉트로닉… 많은 장르가 위화감 없이 잘 섞여 있다. 사실 섞여 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각각의 장르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기에 여러 장르가 하나로 잘 짓이겨져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사운드는 물론이고, 실리카겔이 구현하는 ‘세계’에도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짝 뒤로 물러나서 하나의 악기처럼 작용하는 보컬은 가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은 편인데, 이는 언어를 분절하는 작용을 하며 시적인 감각을 환기한다. 이렇게 분절된 언어는 몽환적인 사운드의 힘을 빌어 실리카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뼈대가 된다. 동시에 영상Vjing이라는 음악 외적 요소가 더해지며, 비로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물론 완벽한 세계는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모자란 점이 보이는 세계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기괴하고 이상하기만 한 세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은, 그리고 그 세계를 매력적으로 느껴지게끔 하는 일은 그 어떤 이에게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나는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 실리카겔이 다음에 만들어 낼 세계를 기다린다. 이 용감한 자들은 분명 더 멋진 세계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