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악에 관해 이야기할 때, 언어에 적용되어야 할 이론들과 직관들을 종종 욱여넣고자 한다. 여기에는 꽤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언어와 음악은 성대가 진동하면서 나오는 소리라는 수단을 공유하고, 음악과 언어 모두 기호 체계에 의해 재현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며, 언어와 음악은 공통적으로 규칙-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음악과 언어를 같은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밴드 Gerda의 새 앨범 [The Uprooted]에 관하여 말하는 데 있어서도 언어에 관한 논의들이 더 적절할 것만 같다. 특히 Gerda 스스로 “우리는 음악을 만드는 순서가 다른 팀들과 다르다.”라고 강조하듯, 이들의 작업 과정은 서사시와 같은 언어적 산물을 만드는 메커니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체 앨범의 이야기를 만들고, 개별 트랙의 이야기를 다 만든 후에야 비로소 그 이야기들에 맞춰서 작곡과 작사를 한다. ‘작곡’이라는 요소만 빠진다면, 여러 장으로 구성된 소설이나 서사시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조금 전 나의 문장이 조건문이었음을 떠올려보자. ‘작곡’이라는 요소가, ‘연주’라는 요소가, ‘노래’라는 요소가… 그런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소거된다면, 그제야 Gerda가 들려주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언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게 가능한가? (적어도) 나는 그러한 경우를 상상할 수 없다. 서사라는 뼈대에 아주 단단히 결합되어 있긴 하지만, Gerda의 음악적 요소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참혹한 전쟁에 참여했다가 돌아온 아이의 이야기’라는 서사는, [The Uprooted]에서 음악적 요소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트록의 문법을 떠올리게 하는, 악기들을 서사의 흐름과 함께 쌓아가는 구조는 Gerda가 제시하는 이야기와 나란히 작동하며 시너지를 낸다. 동시에, 아트 록, 챔버 팝/록, 프로그레시브 록, 드림 팝 등 다양한 장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연주는 곡의 변곡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마련하여 이들의 음악이 서사에 함몰되지 않도록 만든다. 게다가, 응축된 힘을 가지고 기승전결을 확실히 제시하는 보컬은 [The Uprooted]의 내러티브를 보다 명확하게 만든다.
끝내, 이 글의 무용함을 깨닫는다. 결국 내가 지금까지 해 온 말들은 모두 “Gerda의 [The Uprooted]는 언어가 아닌 음악이다.”라는 짧은 한 문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도 Gerda의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면, 이내 깨달을 것이다. 갖가지 기술구를 통해서 온전히 언어만으로 포착될 수 있을 것 같은 이들의 앨범에는, 분명 언어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음을.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정말이지 이것뿐이다.